동포: KEEP (Korea Education & Exposure Program, 한국사회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글: 송대한 (The 숲 영문본 편집국장, ISC)
번역: 심태은 (The 숲 한글본 편집국장, ISC)

‘동포’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한자로 같을 동(同), 태보 포(胞)자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같은 태보에서 나온’ 이라는 뜻이 된다. 이 단어는 이민 2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 ‘교포’와는 다소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포’도 한자로는 같은 ‘포’자를 사용하지만, ‘교(僑)’라는 한자는 ‘타국에서 사는 것’을 강조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0일, 국제전략센터는 KEEP (Korea Education & Exposure Program, 한국사회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KEEP은 2주간의 한국 방문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한국의 사회운동과 투쟁을 몸소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5년간 진행되었다. 입양인, 다문화 가정 출신, 한국 태생, 그, 그녀, 그들, (이민) 1.5세대, 2세대 등 다양한 한인 사회의 구성원을 대표하여 한국을 방문했던 이들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나누고, 한국의 사회운동과 연대하며 싸워갈 것이다. 국제전략센터는 KEEP과 함께 단체 방문 일정(국제전략센터와의 간담회 포함)과 공식 프로그램 이후 일정 등을 기쁜 마음으로 코디네이팅했고,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KEEP의 수 많은 일정 중 국제전략센터가 코디네이팅 한 첫 일정은 전국여성농민회(전여농)와의 간담회였다. 전여농 사무총장, 식량주권위원장, 조직위원장이 간담회에 참석해 주셨다. 간담회를 통해 자유무역 협정 체제 하에서 한국 농민들이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 농촌의 가부장제에 맞서 여성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중 다수는 여성 농민들의 투쟁 그 자체와 여성농민의 해방과 식량주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여성농민회 활동가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국제전략센터와의 간담회에서는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적고 그것을 발표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에는 국제전략센터의 활동에 대한 발표와 KEEP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회 운동세력의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미국의 사회운동 세력이 더 많이 결집해 반 트럼프 운동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반 트럼프 정서가 확산되면서 지방 선거에서 트랜스젠더 및 비백인 민족 그룹이 깜짝 승리를 거두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내용도 소개되었다.

공식적인 KEEP 활동은 종료된 후였지만, 국제전략센터의 황정은 사무국장은 미국에서 주말농장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KEEP 대표단과 함께 식량주권 문제를 현장에서 경험하기 위한 활동에 함께했다. 첫 날에는 서울시 문래 텃밭에서 주최한 로컬 푸드 축제에 참여했다. 문래 텃밭에서 KEEP 대표단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배추를 수확해 김치를 담갔다. 축제 참가 전에는 문래 텃밭을 일구어낸 주요 활동가인 정재민 영등포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날에는 서울을 벗어나 충남 논산의 토종씨앗 도서관을 방문했다. 논산에는 최근 전여농에서 논산 여농을 재건설했는데, 이 논산 여농의 회원들이 대표단을 맞이해 도서관 소개를 해 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나는 KEEP 대표단 중 한 명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했고, 서대문 형무소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방문했다. 단순히 일제와 친일파가 저지른 잔악 무도한 행위뿐만 아니라, 그 엄혹한 시기에서도 식민지배에 저항했고, 지금도 식민주의와 식민주의가 남긴 유산에 저항하는 사람들–특히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이자 일본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오고 계신 80대, 90대의 할머니들–에 대한 내용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KEEP 코디네이터 중 한 명과 이야기하다가 KEEP 대표단들이 민족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듣고 놀랐다. 어떻게 국가가 국민을 한 데 모으면서도 국가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을까. 나 또한 내 신념의 민족주의적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연대에 기반한 확장적이고 포용적인 국가를 건설하면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같은 태보에서 나온’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앞으로의 이론 학습과 실천을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분명한 점은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 투쟁이 ‘같은 태보에서 나온’ 이라는 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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