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황경산(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들은 군사분계선의 남쪽과 북쪽을 넘나들었고, 그 장면은 전 세계로 보도되었다. 남과 북의 경계와 벽은 이렇게 발을 살짝 들어서 넘어설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에 그 동안 우리를 가로막았던 것 -분단, 전쟁, 갈등 – 들은 무력화되었다.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하였다. ‘올 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에 대해 합의하였다.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왔다. 오랜 기간 전쟁 위협과 원치 않았던 갈등과 대결의 상황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이제 내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군사분계선 넘은 문재인 대통령,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에 10초 동안 머문 것을 두고 보수단체들이 국가보안법의 잠입, 탈출 혐의로 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로 잠깐이나마 시끄러웠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국가보안법 제6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사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소동은 보수단체들의 시대를 거스르는 억지 주장으로만 남았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로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않음을, 국가보안법이 사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의 정신을 가로막은 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며 다시 보는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의 원조는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과 독립을 요구했던 민중들과 운동가들을 가두는 법이 바로 치안유지법이었다. 1945년 해방되었다. 그리고 남한만의 단독 선거로 선출된 정권은 1948년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1948년 11월 발생한 여순 사건을 계기로 남한의 좌익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서둘러 제헌의회에서 제정한 것이다. 치안유지법에서 이름만 바꾼 법이다. 독재 정권을 비판하거나, 분단이 아닌 평화로운 한반도의 통일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잡아가두기 시작했다. 일상 생활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술 마시다가 정부를 비판하거나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말 한 마디 잘못해도 국가보안법에 걸려 잡혀간다고 해서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일 뿐이다! 국가보안법,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보안법은 사상, 양심의 자유(헌법 제 19조)를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다. 이러한 결과로 기존의 질서와 국가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는 비판적 사고로 성장할 수 있는 창조적인 사유 과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국가보안법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에 대한 금지를 전제로 하여 그와 관련된다고 추정되는 단체 가입, 발언, 서적의 소지와 독서 등을 처벌함으로써 자유로운 사상, 양심 형성, 유지의 자유를 침해한다. 특히 불고지죄(범죄행위를 한 범인임을 알면서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는 경우에 처벌되는 죄)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적 가치 평가를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친척이나 친구에 대하여도 신고하도록 하여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어내고 의심하고 불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헌법 제 21조)를 침해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언어, 문자 등으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표명하거나 전달함은 물론 알 권리, 언론매체접근권, 반론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한다. 국가보안법의 가장 대표적 조항인 찬양, 고무죄 조항(제 7조)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하는 행위와 이른바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이 곧바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허용하지 않은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보안법은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평화통일조항과도 어긋난다.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을 일방적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명확하게 평화통일을 추구함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이와 어긋난 법률을 제정해 놓고, 정권이 바뀌는 것에 따라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법적 처벌과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이에 의한 처벌은 강력했다. 법 제정과 동시에 남과 북의 분단을 바라지 않는 이들을 좌익세력으로 몰아 잡아 가두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1981년부터 1987년 사이에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에 기소된 기소자는 총 1,512명으로 집계되었고 그 가운데 13명이 사형, 28명이 무기징역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실질적인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8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1980년대에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도 많았고, 조직사건도 많았다. 고문은 당연했고, 고문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가장 강력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2004년이었다. 2004년 9월 5일, 노무현대통령은 한 방송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은 지금까지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한 법이었으며 야만의 시대를 상징하는 법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걸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는 2004년 11월 2일 여의도 국회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추운 겨울 칼바람이 부는 여의도에 1,000명의 사람들이 모여 단식을 했다. 길게는 60일 동안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마지막에는 물과 소금도 먹지 않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상정도 되지 않은 채 열린우리당은 결국 당론을 바꾸려 하였고, 한나라당은 법안 상정을 가로막았으며 아직도 국가보안법은 그대로 살아있다.

나를 가둔 국가보안법, 평화의 시대에 국가보안법은 사라져야 할 악법일 뿐이다.
2001년, 나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이적단체 구성을 하였다는 죄목으로 수배조치가 이루어졌다.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 등] 3항은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이 항의 자의적인 적용에 의해 그 동안 많은 학생운동단체와 노동운동단체 등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처벌받은 바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통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었고, 2000년 말 전체 여학생들의 투표로 선출된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았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 집으로 경찰들이 찾아갔다. 한총련 탈퇴서를 쓰면 잡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사상의 자유를 헌법에 기록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고,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직접 선거로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표에 대해 이루어진 수배조치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탈퇴서를 거부했다. 2001년부터 학교 밖을 나갈 수 없었다. 학교 밖을 나가면 어디에서든 경찰에 의해 체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동안의 수배생활이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발언했다. 2003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집중적인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은 한총련 대의원 중의 일부를 선별하여 정치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를 발표했다. 이후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그러나 2004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결과가 나왔다. 정권은 약속을 어겼다.

지금 ‘평화, 새로운 시작’은 국가보안법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통일을 가로막는 법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남과 북의 관계와 북과 미국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법과 제도를 가지고 통일의 시대,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 이제 국가보안법은 명확히 시대를 거스르는 낡고 잘못된 법이다. 법이 아니라 ‘악’이다. 악법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중들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투쟁했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외치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지금 갇힌 모든 이들을 석방시켜야 한다.

우리 남과 북의 민중들이 서로 자유롭게 오가며 군사분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내일을 꿈꾼다. 군사분계선을 긋고 사람들의 마음마저도 둘로 가르며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으로 대립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을 없애고, 평화와 통일의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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